한국 20대 남성의 정보 수용 체계와 정치적 급진화의 기제: 다층적 원인 분석 및 사회 구조적 고찰

한국 20대 남성의 정보 수용 체계와 정치적 급진화의 기제: 다층적 원인 분석 및 사회 구조적 고찰

2026-01-31, G30DR

1. 서론: 현상의 재정의와 연구의 필요성

현대 한국 사회에서 20대 남성, 이른바 ’이대남’으로 불리는 인구 집단은 정치적, 사회적 담론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이들 집단이 극우적 성향을 띠거나, 온라인상의 허위 정보 및 선동에 취약하여 팩트 체크(Fact-check)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인식이 기성세대와 진보 진영, 그리고 주류 미디어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은 ’이대남’이라는 집단을 단일한 정체성으로 과도하게 단순화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들이 보여주는 독특한 미디어 소비 행태와 정보 수용 과정을 “지적 능력의 결핍“으로 환원시키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본 보고서는 20대 남성들이 왜 특정한 정보에 편향적으로 노출되고 이를 진실로 수용하게 되는지, 그 이면에 작동하는 미디어 기술적, 사회 경제적, 심리적 기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는 먼저 ’이대남’이라는 용어 자체가 내포한 정치적 의도와 실재 사이의 괴리를 짚어보고, 이들이 정보를 소비하는 주된 통로인 남초 커뮤니티와 유튜브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규명할 것이다. 나아가 ’능력주의’와 ’공정성’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가 어떻게 정보의 선택적 수용(Selective Exposure)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작용하는지 분석한다. 본 연구는 20대 남성의 팩트 체크 능력 부재설이 단순한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신뢰를 상실한 기성 언론과 이윤을 위해 갈등을 증폭시키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그리고 무한 경쟁의 사회 구조가 맞물려 빚어낸 복합적인 ’시스템의 실패’임을 논증하고자 한다.

2. ‘이대남’ 담론의 형성: 실재와 표상의 간극

2.1 미디어에 의해 호명된 정치적 부족주의

’이대남’이라는 용어는 20대 남성을 정치적 행위자로서 범주화하기 위해 미디어와 정치권이 만들어낸 프레임의 성격이 강하다. 2022년 대선 국면을 전후하여 정치권은 20대 남성의 표심을 잡기 위해 이들을 하나의 균질한 집단으로 가정하고 전략을 수립하였으나, 실제 데이터는 이러한 가정과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관련 연구에 따르면, 20대 남성 스스로가 자신을 ’이대남’이라고 정체화하는 비율은 23.2%에 불과하며, 오히려 이 용어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71%에 달한다. 이는 ’이대남’이라는 용어가 당사자들의 자발적 정체성이라기보다는, 외부(언론 및 정치권)에서 이들을 결집시키거나 비판하기 위해 덧씌운 ’낙인’이자 ’동원 기제’임을 시사한다.

언론의 보도 프레임 분석 결과, 미디어는 이대남을 주로 ‘반페미니즘 집단’, ‘보수 정치인 지지 팬덤’, 혹은 ’구조적 차별을 무시하고 결과의 평등만을 바라는 집단’으로 타자화(Othering)하여 묘사해왔다. 이러한 외부의 낙인찍기는 역설적으로 20대 남성들에게 “기성 언론과 사회가 우리를 억압하고 왜곡한다“는 피해의식을 심어주었으며, 이는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고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기제가 되었다. 즉, 선동에 취약하다는 인식 자체가 언론이 만들어낸 프레임의 산물일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반발 심리가 더욱 극단적인 대안 미디어로의 이탈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2.2 보도 프레임의 변천과 정치적 도구화

시기별 보도 양상을 살펴보면, ‘이대남’ 현상에 대한 언론의 프레임은 초기의 단순한 현상 기술에서 점차 정치적 맥락이 개입된 갈등 조장형으로 변모하였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의 보도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젠더 갈등 구도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특히 대선 시기에는 정치권의 경쟁 구도와 맞물려 ’책임 귀인 프레임’이 강화되었다. 언론은 이대남 현상을 심화시킨 책임 주체로 정치권과 이대남 개인을 호명하면서도, 구조적인 사회 문제나 대안 제시는 소홀히 하였다. 대안 제시 프레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여 후기에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는데 , 이는 언론이 이대남 현상을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가 아니라, 클릭 수를 유도하고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소모품으로 소비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언론 환경 속에서 20대 남성들은 기성 미디어의 보도를 신뢰할 수 없는 정보로 간주하게 되었고,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유튜버나 커뮤니티의 정보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구조적 환경이 조성되었다.

3. 디지털 인지 생태계: 기술적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의 괴리

3.1 역설적인 디지털 격차: 기술은 높으나 검증은 부재

일반적으로 팩트 체크 능력이 낮다는 것은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이나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되기 쉽다. 그러나 20대 남성의 경우, 기술적 차원에서의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는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디지털정보격차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반 국민의 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20대와 30대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각각 123.7과 120.3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한다. 이들은 정보를 검색하고, 가공하며, 유통하는 기술적 역량이 뛰어나며, 이를 통해 경제적 부를 창출하는 ‘뉴 머니(new money)’ 세대로 부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기술적 역량이 곧 비판적 정보 판별 능력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오히려 높은 검색 능력은 자신의 기존 신념을 강화해 줄 정보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찾아내는 ’확증 편향의 도구’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연구자들은 이를 ’기능적 리터러시’와 ’비판적 리터러시’의 불일치로 설명한다. 20대 남성들은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거나 교차 검증하는 방법(기능)은 알고 있으나, 자신이 선호하는 내러티브에 부합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그러한 검증 과정을 생략하거나, 의도적으로 편향된 검증을 수행하는 ‘동기화된 추론(Motivated Reasoning)’ 경향을 보인다.

3.2 알고리즘적 격리와 필터 버블의 심화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의 추천 알고리즘은 20대 남성들의 정보 편식을 구조화하는 핵심 기제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자가 선호하는 주제와 관점의 영상을 지속적으로 추천한다. 이는 이용자를 자신과 유사한 성향의 정보들로만 둘러싸인 ’에코 챔버(Echo Chamber)’와 ‘필터 버블(Filter Bubble)’ 속에 가두는 효과를 낳는다.

개념정의20대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
에코 챔버 (Echo Chamber)밀폐된 시스템 안에서 유사한 정보가 반복되어 신념이 증폭되는 현상반페미니즘, 능력주의 담론이 내부에서 무한 재생산되며 절대적 진실로 굳어짐
필터 버블 (Filter Bubble)알고리즘이 사용자 맞춤형 정보만 제공하여 반대 의견이 차단되는 현상진보적 시각이나 젠더 평등 관련 논의가 아예 노출되지 않아, 세상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착각하게 됨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의 비판적 사고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한다. 특히 20대 남성들은 50대 이상의 기성세대와 달리, 이러한 알고리즘의 편향성이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거나, 알면서도 이를 효용(재미, 공감)을 위해 감수하는 경향을 보인다. 프라이버시 역설 연구에서 50대는 개인정보 노출을 우려하여 행동을 조심하는 반면, 20대는 프라이버시 염려가 실제 행동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대가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편향된 정보 환경을 ’편리함’으로 인식하며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3.3 숏폼 콘텐츠와 탈맥락적 정보 소비

최근 20대의 미디어 소비 패턴이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1분 미만의 숏폼 콘텐츠(Short-form content)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면서 팩트 체크 능력의 저하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숏폼 콘텐츠는 복잡한 사회 현상을 맥락(Context) 없이 자극적인 이미지와 짧은 텍스트로 압축하여 전달한다. “A 정치인이 B라고 말했다“라는 단편적 사실만을 강조하고, 그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이나 전후 맥락은 과감히 소거된다. 이러한 탈맥락적 정보는 뇌의 즉각적인 감정 반응을 유도하며, 논리적 사고가 개입할 틈을 주지 않는다.

20대 남성들은 긴 호흡의 텍스트 기사를 읽고 분석하기보다는, 3줄 요약이나 1분짜리 해설 영상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 한다. 문제는 이러한 요약 정보가 필연적으로 제작자의 주관적 해석과 왜곡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복잡한 젠더 이슈나 사회 정책이 “ㅇㅇㅇ 레전드 발언”, “ㅇㅇㅇ 참교육”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단 숏폼 영상으로 소비되면서, 정보의 진위보다는 영상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정보 수용의 기준이 되어버린다.

4. 온라인 커뮤니티의 아키텍처와 여론 조작의 일상화

4.1 남초 커뮤니티의 ‘개념글’ 시스템과 집단 동조

20대 남성의 여론이 형성되고 확산되는 진원지는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아카라이브’ 등으로 대표되는 남초 커뮤니티다. 이들 커뮤니티는 전통적 언론의 게이트키핑 역할을 대체하며, 무엇이 중요한 이슈인지를 결정하는 의제 설정(Agenda Setting)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들의 의제 설정 방식은 저널리즘적 가치가 아닌 ’추천 수’라는 정량적 지표에 의해 결정된다.

디시인사이드의 ’개념글’이나 에펨코리아의 ’포텐 터진 게시판’은 일정 수 이상의 추천을 받은 게시물을 메인 화면에 노출시키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에펨코리아의 경우 추천 수에서 비추천 수를 뺀 값이 특정 기준(약 30~40)을 넘으면 포텐 게시판으로 이동하며, 이때 사이트의 거의 모든 트래픽이 집중된다.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이 정보의 정확성보다 ‘화제성’, ‘공감’, ’분노’를 유발하는 능력에 보상을 준다는 점이다. 팩트에 기반한 건조한 분석 글보다는, 특정 대상을 조롱하거나 혐오하는 자극적인 글이 더 쉽게 추천을 받아 메인에 노출된다. 이는 커뮤니티 이용자들에게 “자극적일수록 진실에 가깝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4.2 ’좌표 찍기’와 인위적 여론 형성의 위험성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추천 시스템이 조직적인 조작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나무위키와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특정 갤러리나 외부의 단체 채팅방(단톡방)에서 특정 게시물에 집단적으로 추천을 눌러 개념글로 만드는 ‘좌표 찍기’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트롤러(Troller)나 정치적 목적을 가진 세력은 이러한 맹점을 이용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여론을 주류 의견인 것처럼 위장한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포텐 게시판이나 개념글에 올라온 게시물을 ‘커뮤니티의 총의’ 혹은 ’대세 여론’으로 받아들인다. 집단 동조 압력이 강한 한국 문화의 특성상, 베스트 댓글(베댓)이 형성해 놓은 프레임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기는 매우 어렵다. 반대 의견은 “근첩(타 커뮤니티 첩자)”, “스윗남”, “선비질” 등의 멸칭으로 조롱당하며 배제된다. 결과적으로 커뮤니티는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는 공론장이 아니라, 조작된 정보나 편향된 의견이 팩트 체크 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반향실’로 전락하게 된다.

5. 혐오의 경제학: 사이버 렉카와 가짜 뉴스의 생산 구조

5.1 불안과 분노를 상품화하는 비즈니스 모델

20대 남성들이 접하는 허위 정보의 상당 부분은 이른바 ’사이버 렉카(Cyber Wrecker)’라 불리는 이슈 유튜버들에 의해 생산된다. 이들은 교통사고 현장에 견인차가 몰려들 듯, 사회적 논란이나 젠더 갈등 이슈가 발생하면 즉시 관련 영상을 제작하여 조회수를 올리는 이들을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사이버 렉카는 사회적 논란과 갈등 요소를 가진 이슈를 선정하여 이용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따른다.

이들의 수익 창출 메커니즘은 철저히 ’혐오의 증폭’에 기반한다. 우리 사회의 소수자 집단이나 페미니스트, 혹은 진보 진영의 인물을 ’타자(Out-group)’로 설정하고, 이들에 대한 적의와 증오를 자극하는 콘텐츠를 제작함으로써 ’내집단(In-group)’인 20대 남성들의 결속을 유도한다. 연구 결과, 사이버 렉카가 사회적 혐오 대상을 다룰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댓글 생산과 악플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혐오가 곧 돈이 되는 경제 구조가 형성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5.2 가짜 뉴스의 비용과 청년 세대의 취약성

가짜 뉴스는 생산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전파 속도는 빠르며, 소비자에게는 무료로 제공된다는 경제적 특성을 가진다. 반면 양질의 저널리즘은 취재와 검증에 막대한 비용이 들며, 종종 유료 구독 모델을 취한다. 경제적 여유가 부족하고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이 깊은 청년 세대일수록 무료로 제공되는 유튜브나 커뮤니티의 정보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델로이트(Deloitte)의 분석에 따르면, 가짜 뉴스는 일반적으로 무료이기 때문에 양질의 저널리즘에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허위 정보에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20대 남성들은 취업난과 주거 불안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대이며, 이들에게 자극적이고 무료인 사이버 렉카의 영상은 저비용 고효율의 엔터테인먼트이자 뉴스 소스가 된다. 가짜 뉴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3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 개별 소비자인 20대 남성에게는 당장의 심리적 만족감(분노 해소, 우월감)이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에 가짜 뉴스의 소비는 지속된다.

6. 사회 구조적 배경: 능력주의 신화와 공정성 담론의 충돌

6.1 ’공정’의 재정의: 기회의 평등 vs 과정의 공정

20대 남성이 선동에 휘말린다는 인식의 기저에는 기성세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공정성(Fairness)’에 대한 관점이 자리 잡고 있다. 기성세대(4050)에게 공정이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출발선의 불평등을 보정하는 ’구조적 평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반면 20대 남성에게 공정은 정해진 룰 안에서의 철저한 경쟁과, 능력에 따른 차등적 보상을 의미하는 ’능력주의(Meritocracy)’와 동의어다.

이러한 능력주의적 공정관은 입시와 취업이라는 무한 경쟁 시스템 속에서 생존 전략으로 체화된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 ’할당제’나 ’가산점’과 같은 보정적 조치는 공정이 아니라, 자신의 정당한 노력을 침해하는 ’역차별’이자 ’불공정’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여성이 구조적 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류 언론과 정부의 설명은 이들의 현실 인식과 정면으로 배치되며, 이를 “팩트가 아닌 선동“으로 간주하게 만든다. 반면, “남성들이 역차별 받고 있다“는 유튜버의 주장은 이들의 박탈감을 설명해주는 ’진실’로 수용된다. 즉, 팩트 체크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정의관(Justice)에 부합하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진실’로 승인하는 것이다.

6.2 안티페미니즘과 피해자 서사의 결합

연구 결과, 능력주의 신념과 남성 징병제에 대한 불만은 안티페미니즘 인식을 강화하는 가장 강력한 기제로 작용한다. 20대 남성들은 군 복무로 인한 시간적 손실과 경력 단절을 심각한 불이익으로 인식하지만, 사회적으로 이에 대한 보상은 미미하다고 느낀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가족부의 정책이나 페미니즘 담론은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몰아가며 자신들의 희생을 폄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남초 커뮤니티는 이러한 피해자 서사를 강화하는 정보들을 끊임없이 공급한다. 여성 우대 정책의 부작용을 과장한 게시물이나, 일부 여성들의 남성 혐오 발언을 캡처한 자료들이 팩트 체크 없이 유통된다. 이 과정에서 20대 남성들은 자신을 ’피해자 집단’으로 정체화하며, 자신들을 공격하는(혹은 그렇다고 믿어지는) 페미니즘 세력과 이에 동조하는 기성 언론을 ’적’으로 규정한다. 적이 생산한 정보(기성 뉴스)는 거짓이고, 아군(커뮤니티, 보수 유튜버)이 생산한 정보는 진실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고착화되는 것이다.

7. 반지성주의의 확산과 지적 권위의 붕괴

7.1 한국형 반지성주의: 엘리트 위선에 대한 반발

한국 청년 세대에서 관찰되는 팩트 체크 거부 현상은 일종의 ‘반지성주의(Anti-intellectualism)’ 흐름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이는 지식 자체를 혐오하는 서구적 의미의 반지성주의와는 결이 다르다. 한국의 20대가 보여주는 반지성주의는 주로 586세대로 대변되는 진보 지식인 집단과 기성 엘리트의 위선, 그리고 그들이 생산하는 담론에 대한 거부감에서 기인한다.

이들은 소위 ’배운 사람들’이 내세우는 정치적 올바름(PC), 민주화 정신, 젠더 감수성 등의 담론이 자신들의 팍팍한 현실을 외면하는 사치스러운 언어유희라고 느낀다. “입으로는 정의를 외치면서 뒤로는 특권을 누린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전문가나 교수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대신 “가식 없는 본능”, “적나라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인터넷 방송인이나 익명의 커뮤니티 논객이 새로운 지적 권위로 부상했다. 이들에게 팩트 체크란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대중의 입을 막는 도구로 인식될 수 있다.

7.2 주입식 교육의 한계와 비판적 사고의 부재

한국의 교육 시스템 또한 이러한 현상에 일조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높은 대학 진학률과 문해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교육은 정답을 찾는 훈련에 치중되어 있어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능력을 함양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학 경시대회 등 정해진 문제를 푸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복잡한 사회 현상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독창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능력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20대 남성들은 학교에서 “다양한 관점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기보다, “정답은 하나다“라는 것을 훈련받았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명쾌한 하나의 정답(예: 모든 문제는 페미니즘 탓이다, 모든 문제는 문재인 정부 탓이다 등)을 요구하게 만든다. 복잡한 맥락을 고려해야 하는 팩트 체크 과정은 피로감을 유발하며, 대신 직관적이고 단순한 선동 구호가 ’정답’처럼 받아들여지는 인지적 토양이 형성된 것이다.

8. 세대별 확증 편향 및 정치 성향 비교

8.1 4050 세대와의 차별성: 이슈 중심의 결집

기성세대(4050)와 청년세대(2030)의 정치적 갈등 양상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2002년과 2012년 자료를 비교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4050세대는 이념(보수 vs 진보)에 따라 다수의 중요 이슈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즉, 진보라면 대북 정책, 경제 정책, 사회 정책 모두에서 진보적 입장을 취한다.

반면, 2030세대는 이념이라는 거대 담론보다 구체적인 ’이슈’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전통적인 보수/진보의 틀로 설명하기 어려운 탈이념적 성향을 띠며, 이슈별 효능감(Efficacy)을 중시한다. 따라서 20대 남성의 경우 ’반페미니즘’이나 ’공정’이라는 특정 이슈가 발화점이 되면 폭발적으로 결집하지만, 그 외의 이슈에서는 파편화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이들의 정치적 급진화가 확고한 이념적 신념에 기반하기보다, 특정 이슈에 대한 감정적 반응과 이해관계에 의해 추동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구분4050 세대 (기성세대)2030 세대 (청년세대, 특히 20대 남성)
갈등 축이념 (보수 vs 진보)젠더, 공정성 (남성 vs 여성, 노력 vs 결과)
결집 동인민주화 경험, 지역주의, 정당 일체감이슈별 이해관계, 온라인 커뮤니티 여론
정보 소비레거시 미디어 (TV 뉴스, 신문) 중심 + 유튜브뉴미디어 (유튜브, 커뮤니티, SNS) 중심
확증 편향정치적 신념에 따른 뉴스 선택 (진영 논리)감정적 효능감 및 정체성 확인을 위한 정보 선택

8.2 정치 성향과 가짜 뉴스 수용도의 관계

일반적으로 보수 성향일수록 가짜 뉴스에 취약할 것이라는 통념이 있으나, 연구 결과는 이를 부분적으로만 지지하거나 더 복잡한 양상을 보여준다. 코로나19 관련 가짜 뉴스 식별 능력에 대한 연구에서, 정치적 이념 성향(보수/진보) 자체는 가짜 뉴스 식별도에 유의미한 차이를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진보 진영 역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가짜 뉴스에는 똑같이 취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20대 남성의 경우, 그들이 주로 소비하는 ‘반페미니즘’, ‘극우’ 콘텐츠가 구조적으로 가짜 뉴스와 결합하기 쉬운 형태(음모론, 혐오 조장)를 띠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즉, 보수 성향이라서 팩트 체크 능력이 낮은 것이 아니라, 현재 한국의 온라인 미디어 환경에서 20대 남성을 타깃으로 하는 콘텐츠들이 팩트보다는 선동에 기반한 경우가 많아 노출 빈도가 높을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9. 결론 및 제언: 혐오와 불신의 고리를 끊기 위하여

본 보고서의 분석을 종합하면, 한국 20대 남성들이 팩트 체크 능력이 낮아 선동에 휘말린다는 인식은 절반의 진실과 절반의 오해를 포함하고 있다. 이들은 기술적으로는 가장 진보한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지만, 사회 구조적 모순과 미디어 생태계의 왜곡 속에서 ’선택적 확증’을 생존 전략으로 채택한 세대다.

  1. 원인의 다층성: 이 현상은 ① 확증 편향을 수익 모델로 삼는 플랫폼 알고리즘과 사이버 렉카의 경제적 동기, ② 능력주의와 젠더 갈등 속에서 형성된 20대 남성의 피해의식과 인정 투쟁, ③ 기성 언론과 지식인 집단의 신뢰 상실과 반지성주의의 확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재설계: 단순한 팩트 체크 기술 교육(Fact-checking skills)은 무의미하다. 이미 이들은 검색할 줄 안다. 필요한 것은 ‘시민적 리터러시’ 교육이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공감 능력,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존재를 적으로 규정하지 않는 민주적 소통 태도, 그리고 알고리즘이 나를 어떻게 조종하는지 인지하는 메타 인지 능력을 길러야 한다.
  3.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 강화: 유튜브와 포털, 커뮤니티 운영사들은 혐오 표현과 허위 조작 정보가 돈이 되는 현재의 수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극단적 콘텐츠의 노출을 제한하는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
  4. 청년 남성의 목소리를 담는 공론장 복원: 기성세대와 정치권은 20대 남성을 ’철없는 극우’로 낙인찍거나 표 계산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그들이 느끼는 불안과 불공정의 감정을 실재하는 사회 문제로 인정하고, 이를 합리적인 언어로 토론할 수 있는 제도적 공론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들의 박탈감이 제도권 안에서 해소되지 않을 때, 그들은 더욱 깊고 어두운 음모론의 세계로 숨어들 것이다.

결국 20대 남성의 팩트 체크 능력 문제는 개인의 지능 문제가 아니라, 신뢰가 붕괴된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진실보다 내 편의 승리가 더 중요한 사회, 혐오가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 된 시장에서 청년들은 각자도생을 위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길을 택했다. 이 거대한 구조적 태만을 바로잡지 않는 한, 선동과 분열의 악순환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10. 참고 자료

  1. ‘이대남’ 현상에 대한 인식 - 미디어이슈 : 논문 - DBpia,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1550521
  2. 설문조사 - 한국언론진흥재단, https://www.kpf.or.kr/front/research/selfDetail.do?seq=592512
  3. 보수・진보 정치권의 ‘이대남’ 정치화에 대한 언론의 보도 프레임 분석 - 한국소통학보 : 논문 | DBpia,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1771780
  4. 청년 세대의 디지털 활용능력은 ’디지털 자본’인가?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https://www.kisdi.re.kr/report/fileDown.do?key=m2309145696871&arrMasterId=5850223&id=1783516
  5. [논문]소셜미디어에서 에코챔버에 의한 필터버블 현상 개선 방안 연구,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Article.do?cn=JAKO202216855740546
  6. 필터버블과 프라이버시 염려가 지속이용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세대 간 비교연구: 유튜브 추천동영상 사용자를 중심으로 - 한국창업학회지 - DBpia,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1263187
  7. 에펨코리아/게시판 (r288 판) - 나무위키, https://namu.wiki/w/%EC%97%90%ED%8E%A8%EC%BD%94%EB%A6%AC%EC%95%84/%EA%B2%8C%EC%8B%9C%ED%8C%90?uuid=6ac8e27a-2a68-4dc8-bbc2-8609039aa8a1
  8. 개념글 (r56 판) - 나무위키:대문, https://namu.wiki/w/%EA%B0%9C%EB%85%90%EA%B8%80?rev=56
  9. 유튜브 ‘사이버렉카’ 채널은 어떻게 악성댓글을 양산하는가?* 유튜버 익명성, 규범 동조, 혐오, https://www.fbc.or.kr/uploads/NoticeMng/588c89c6-75bb-45b9-9233-cf831754e3cd.pdf
  10. 가짜 뉴스의 경제적 비용 추정과 시사점 | 국내연구자료 |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https://eiec.kdi.re.kr/policy/domesticView.do?ac=0000139337
  11. 허위조작정보(가짜 뉴스)의 경제적 비용 | 글로벌 경제 리뷰 | Deloitte Korea, https://www.deloitte.com/kr/ko/our-thinking/global-economic-review/ger-20250218.html
  12. 청년정책과 청년 담론 : 젠더 관점의 고찰*, http://cms.ewha.ac.kr/common/downLoad.action?siteId=egenderlaw&fileSeq=54708204
  13. 20대가 말한다, ’능력주의’와 ‘공정’ -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22910.html
  14. 20대의 안티페미니즘 인식의 복합적 요인에 대한 젠더 비교 연구*, https://www.kwdi.re.kr/inc/download.do?ut=A&upIdx=133265&no=1
  15. 집단지성 시대의 반지성주의 - 자음과모음 : 논문 - DBpia,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9276418
  16. 최정운, 『한국인의 발견』. - FELIVIEW, https://feliview.com/modern-hist/themodern/jwchoi-discoverykorean/
  17. “한국 학생들 주입식 교육으로 비판·창의적 사고 능력 떨어져” |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3611149
  18. 세대별 이념갈등의 이질성, https://sejong.org/web/boad/1/egofiledn.php?conf_seq=15&bd_seq=530&file_seq=13671
  19. 누가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에 취약한가 - 글로벌정치연구 : 논문 - DBpia,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1269876